‘라라랜드’는 꿈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수많은 관객에게 감동과 여운을 남겼지만, 이 영화를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더 깊은 의미가 다가옵니다. 특히 두 아들을 키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미아의 고민과 선택이 단순한 영화 속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은 가족이라는 현실과 자아실현이라는 이상 사이에서 늘 줄다리기하는 육아맘의 시선으로 ‘라라랜드’를 해석한 리뷰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나를 잃어가는 여성들에게 이 영화는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지금 누구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진심 어린 탐색이 이제 시작됩니다.
가족과 자아의 충돌
‘라라랜드’의 미아는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오디션을 보며 살아갑니다. 영화 초반부터 미아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생계를 위해 카페에서 일하고, 수없이 떨어지는 오디션에도 좌절하지 않으며 꿈을 향해 꾸준히 나아갑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포기하고 싶어지고,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이때, 세바스찬의 격려로 용기를 내어 마지막 오디션을 보게 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이 장면은 가족과 자아 사이에서 흔들리는 수많은 엄마들의 모습과 너무 닮았습니다. 아이가 생기고 나면, 나 자신보다 가족의 스케줄과 안전이 삶의 우선순위가 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뒤로 밀리고, "가족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 가득 남습니다. 꿈을 향한 시간은 아이의 등하교 시간표, 급식표, 병원 진료 예약 사이에 파묻혀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문득 ‘나는 누구였지?’라는 생각이 고개를 듭니다. 미아가 자신의 연극을 준비하던 장면은, 육아 중에도 무언가를 해보려는 엄마들의 노력과 꼭 닮아 있습니다. 결과가 어찌 됐든,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아를 표현해보고자 하는 시도는 가치를 매길 수 없이 소중합니다. 하지만 관객이 오지 않은 텅 빈 객석을 바라보는 미아처럼, 우리도 가끔은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해 허무함에 빠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끝까지 한 번은 나 자신을 위해 도전해 보라고 말합니다. 그 결과가 실패든 성공이든, 스스로를 선택한 경험은 분명 남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엄마의 감정선으로 본 사랑
라라랜드의 사랑 이야기는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와는 다릅니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결국 각자의 길을 선택합니다. 이별 이후, 미아는 성공한 배우가 되었고 세바스찬은 자신의 재즈 클럽을 운영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은 짧은 눈빛과 음악을 통해 서로의 삶을 그려보는 상상을 공유합니다. 이 장면은 감정적으로 매우 풍부하면서도, 현실적인 공감을 자아냅니다. 육아를 하며 사랑의 감정은 점차 ‘책임’과 ‘동반자 관계’로 변합니다. 연애 시절의 열정은 사라지고, 생존과 안정, 아이의 성장이라는 공통 과제가 부부의 중심이 됩니다. 영화에서처럼 ‘꿈과 사랑을 모두 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현실에서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으로 인생의 흐름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사랑도, 꿈도 동시에 챙기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세바스찬이 미아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독려했듯이, 삶의 어느 시점엔 나를 밀어줄 존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엄마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밀어야’ 합니다. 응원해 주는 이는 거의 없고, 오히려 ‘그 나이에 뭘 하냐’, ‘아이에게 집중해라’는 말들이 돌아옵니다. 이 영화는 그런 엄마들에게 ‘사랑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더 중요하다’고 말해줍니다. 마지막 상상의 장면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미아와 세바스찬이 만약 서로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함께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소망을 현실로 만들지 않습니다. 라라랜드는 그래서 더 현실적입니다. 그리고 엄마의 시선에서 이 장면은 한 가지 진실을 말합니다. “사랑보다 중요한 건, 결국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삶이다.”
선택의 순간과 남겨진 여운
라라랜드의 중심 주제는 ‘선택’입니다. 미아는 사랑과 꿈 사이에서 꿈을 선택했고, 세바스찬 역시 자신의 음악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아름답지만도, 슬프지만도 않은 어딘가에 머뭅니다. 육아라는 인생의 길을 걷고 있는 엄마로서 이 영화를 보면, 매일같이 겪는 선택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아이의 병원 예약과 동시에 잡힌 중요한 미팅, 일과 육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밤, 자기 계발을 위해 책을 들었다가도 아이 울음소리에 덮어야 하는 새벽처럼 우리는 선택의 연속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선택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 자신을 희생합니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영화는 묻습니다. “정말 그 선택이 당신을 위한 것이었나요?” 라라랜드는 선택에 정답은 없지만, 최소한 자신에게 솔직한 선택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이 꿈이든, 가정이든, 어느 한쪽이 아닌 ‘균형’이라는 가능성도 있다고 속삭입니다. 또한 영화는 실패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미아의 연극이 실패하고, 세바스찬의 음악이 무시당할 때도 카메라는 그들의 감정을 담담히 따라갑니다. 엄마의 삶에도 그런 실패는 수없이 존재합니다. 요리를 망치기도 하고, 아이의 감정을 놓치기도 하며, 일에서 실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그 실패가 끝이 아니고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라라랜드는 단지 음악이 멋진 영화, 색감이 예쁜 영화가 아닙니다. 특히 두 아이의 엄마라는 시선에서 보면 이 작품은 현실적인 감정과 깊은 공감의 연속입니다. 가족과 자아, 사랑과 현실, 선택과 희생이라는 주제는 모든 엄마들이 매일 마주하는 고민들입니다. 미아처럼 우리는 완벽한 선택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잊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이 어떤 갈림길 앞에 서 있다면,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보세요. 라라랜드는 그 질문을 던지고, 당신이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해 주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