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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셋]엄마의 현실에도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by 평범한 육아맘 2025. 3. 28.

2004년 개봉한 비포 선셋(Before Sunset)은 전 세계 많은 영화 팬들에게 인생 영화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복잡한 인간관계와 인생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젊은 시절, 우연히 기차에서 서로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제시와 셀린느는 9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 재회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과거의 만남이 서로의 삶에 미친 영향과 그로 인해 성장하는 모습을 진실하게 그려냅니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는 단순히 연애 감성이 가득한 로맨틱한 영화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결혼 생활과 자녀 양육을 경험하고 나서 다시 영화를 관람하니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깊이와 무게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특히 제시와 셀린느의 대화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시점들이 교차합니다. 마치 개인적인 경험들과도 비슷한 듯 느껴졌습니다. 저는 영화 속에서 제시가 셀린느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감정들을 털어놓는 장면을 보며, 육아와 가정을 꾸리면서 느꼈던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연애 감성과 엄마의 현실, 같은 영화 다른 느낌

비포 선셋을 처음 보았을 때는 제시와 셀린느의 로맨스에만 집중했습니다.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과 9년 만의 재회, 그리고 대화 속에 숨어 있는 감정들이 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제시는 이미 결혼을 했고, 한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그는 아이는 사랑하지만 결혼생활은 불행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전에는 이 장면에서 제시가 여전히 셀린느를 사랑하고 있다는 점에만 집중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된 지금은 제시의 상황을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게 됩니다. 그가 아버지로서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의 선택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를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제시는 가족을 두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그리고 그의 이러한 결정들이 아이의 정서적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부모로서 불행한 결혼 생활 속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은 많은 이들에게 공통된 고민일 것입니다.

영화의 대사 하나하나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서 삶의 복잡한 선택들과 실질적인 문제들을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순히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부모로서, 배우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셀린느의 현실적인 고민

셀린느는 오랜만에 제시와 다시 만나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반가운 감정과 동시에 묘한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젊은 시절 그토록 열렬하게 불타올랐던 사랑을 다시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면서도, 이제는 그때와는 다른 현실적인 걱정이 그녀를 억누릅니다. 셀린느는 이제 더 이상 사랑에만 모든 것을 걸 수 없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많은 책임과 역할이 그녀의 일상을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셀린느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속하고자 하는 욕망과 동시에 그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상반된 감정이 끊임없이 싸우고 있습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속하는 것이 두렵지만 또 외로운 것도 두렵다는 말을 통해 이러한 이중적인 감정을 드러냅니다. 이 두려움은 단지 사랑이나 관계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결혼을 통해 한 가족의 일원이 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셀린느는 어느새 자신의 정체성이 엄마, 아내로서의 역할로 변해가는 ㄳ을 느낍니다. 매일같이 가족을 위한 의무를 다하다 보면, '나'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공간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 속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끊임없이 사랑받고 싶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본능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싶은 동시에, 가족 속에서 잃지 않고 남아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은 셀린느가 만나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도 복잡한 행동 패턴으로 드러납니다. 이렇듯 셀린느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고민과 갈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은 변하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비포 선셋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마지막 장면입니다. 셀린느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제시는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이 장면은 열려 있는 결말로 남겨졌습니다. 제시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20대 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제시가 당연히 셀린느와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선택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더욱 실감하게 됩니다. 사랑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실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다른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처음 비포 선셋을 봤을 때와 지금, 저는 많이 변했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졌고,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란 감정이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랑은 연애 시절처럼 늘 설레고 뜨거운 감정으로 남아 있지는 않지만,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선택을 하고, 때로는 후회하고, 또 다른 의미를 찾아가게 되는 것이겠죠. 이 영화를 다시 보며 느낀 것은, 사랑이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지만, 여전히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결혼 후, 그리고 아이를 키운 후 이 영화를 다시 보셨나요? 여러분의 감상도 궁금합니다.